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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좀비의 진화, 그 공간을 따라가다 - [킹덤]·[지금 우리 학교는]·[부산행] 촬영지 비교 탐방

by 킥마 2025. 4. 25.

한국형 좀비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오히려 장르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오늘은 K-좀비물의 촬영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K-좀비의 진화, 그 공간을 따라가다 - [킹덤]·[지금 우리 학교는]·[부산행] 촬영지 비교 탐방
K-좀비의 진화, 그 공간을 따라가다 - [킹덤]·[지금 우리 학교는]·[부산행] 촬영지 비교 탐방


넷플릭스를 뒤흔든 사극 좀비물 킹덤, 학원 배경에 좀비가 퍼진 지금 우리 학교는,
그리고 K-좀비의 세계 진출 포문을 연 부산행.
세 작품은 각각 시대극, 청춘물, 도시 재난물이라는 장르적 틀 안에서 좀비라는 공통 소재를 다뤘지만,
그 배경과 촬영 공간은 전혀 다른 색채를 보여준다.

이번 글에서는 각 작품의 대표적인 촬영지를 중심으로,
그 공간이 왜 선택되었는지, 그리고 작품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본다.
K-좀비가 한국을 배경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냈는지, 로케이션을 통해 풀어본다.

 

과거의 공포: 조선과 궁궐, [킹덤]의 시대극 공간들


킹덤은 좀비 장르와 사극을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좀비가 조선에 나타났다’는 설정을 넘어서,
궁궐 내 권력 다툼, 기근과 민심, 역병에 대한 공포 등 역사적 맥락을 적절히 녹여냈다.
이런 장르 융합이 빛났던 데에는, 실제 촬영지의 역할이 크다.

가장 인상 깊은 곳은 경북 문경의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이다.
이곳은 수십 채의 조선시대 가옥이 줄지어 있고, 산길과 읍성, 대궐까지 갖춰져 있어 시대감을 극대화한다.
좀비와 마주치는 마을 장면, 궁 안의 암투, 사극 특유의 색감이 완벽히 담겼던 공간이다.

또한 창덕궁 후원과 남양주 종합촬영소, 그리고 포천 한탄강 인근도 등장한다.
광활한 자연과 대비되는 갇힌 궁궐은, 좀비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권력’을 상징하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 주요 촬영지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궁궐과 마을 장면

창덕궁 후원: 왕세자의 은신처

한탄강 주변: 산속 추격 장면

🧭 탐방 팁
문경새재 세트장은 일반 관람이 가능하며, 드라마/영화 촬영지가 많아 테마 여행으로도 좋다.
왕복 산책 코스로도 적당한 거리며, 고즈넉한 분위기 덕분에 사극 속 주인공이 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폐쇄된 청춘의 공간: [지금 우리 학교는]의 학교, 교실, 도시 외곽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가 한 고등학교 안에서 퍼진다는 설정이 핵심이다.
학생들이 유리된 공간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우며, 인간성, 집단, 가족을 되돌아보게 한다.
장르적으로는 좀비물 + 하이틴 성장 드라마다.

촬영지는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셋트장 형태의 고등학교 건물이 중심이었고,
학교 외부 장면은 용인시와 수원시, 일부 인천의 폐교와 주택가에서도 진행되었다.
특히 폐교로 사용된 장소는 넓은 복도, 옥상, 급식실, 음악실 등 다양한 공간을 연출할 수 있었고,
이 공간의 폐쇄성과 제한된 구조가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이 외에도 시민들이 피신하는 시청, 경찰서, 병원 등의 장면은
인천 송도 일대와 경기도의 공공기관 건물을 활용해 촬영했다.
현대적인 도시 배경이지만, 붕괴된 시스템 속 혼란을 효과적으로 보여줬다.

📍 주요 촬영지

안성 폐교 세트장: 고등학교 내부 전체

용인 주택가, 수원 골목: 외부 탈출 장면

인천 송도: 시민 피신 장면, 도심 혼란

🎬 포인트
다소 일상적인 공간이 공포의 무대로 바뀌는 과정이 생생하다.
학교라는 친숙한 장소에 ‘괴물’을 풀어놓았을 때 발생하는 감정이,
공간의 리얼함으로 더욱 증폭된다.

 

도심의 붕괴: [부산행]의 역, 기차, 그리고 도시의 스펙터클


부산행은 한국형 좀비물의 포문을 연 영화이자,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재난극’이라는 공간적 특징이 뚜렷한 작품이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KTX라는 닫힌 공간과
경유하는 도시의 혼란이 대비되며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실제 촬영은 경의중앙선의 용산역, 오송역, 동대구역, 부산역 등을
부분적으로 재구성해 진행되었고, 기차 내부는 촬영 세트장에서 제작됐다.
열차라는 공간은 이동 중에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가장 완벽한 폐쇄 구조였다.

또한 서울 시내 도로, 대전역 부근, 대구 성서산업단지 등지에서
좀비 떼가 달리는 장면이 CG와 결합되어 촬영됐다.
실제 기차역은 대부분 촬영 허가가 어렵기 때문에,
역사 외곽의 공간을 세심하게 활용한 것도 특징이다.

📍 주요 촬영지

용산역 부근: 탑승 장면

동대구역/대전역 외부: 혼란의 도심 장면

스튜디오 내 기차 세트: 열차 내부 액션

🚄 공간 해석
기차는 ‘종착점이 있는 공포’다.
좀비가 퍼져가는 동안, 사람들은 도착지보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야 한다.
그 구조적 특성이 영화의 서사적 몰입도를 강화했다.

 

공간은 K-좀비의 또 다른 캐릭터
킹덤의 조선 궁궐, 지금 우리 학교는의 학교 복도, 부산행의 질주하는 KTX.
이 모든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장르적 긴장과 정서를 완성하는 하나의 캐릭터였다.

[킹덤]은 역사적 폐쇄성과 권력의 공포를

[지금 우리 학교는]은 청춘과 일상의 붕괴를

[부산행]은 도시 재난의 스펙터클을
각각의 공간 속에서 가장 극적으로 펼쳐냈다.

K-좀비는 공간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그 공간은 한국적인 미학, 시스템, 도시 구조, 시대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좀비가 활보한 그 자리, 이제는 우리가 직접 걸어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