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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 폐허의 미학, 충주 폐건물 로케이션 탐방

by 킥마 2025. 4. 26.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은 K-호러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다. 오늘은 드라마 스위트홈 촬영장에서 폐허의 미학, 충주 폐건물 로케이션 탐방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스위트홈] 폐허의 미학, 충주 폐건물 로케이션 탐방
[스위트홈] 폐허의 미학, 충주 폐건물 로케이션 탐방

 

사람의 욕망이 괴물로 변하는 설정과,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독특했던 것은 극 전체를 지배하던 공간의 분위기였다. 낡고 어두운 ‘그린홈’ 아파트는 단순한 배경이 아닌 하나의 캐릭터처럼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실 이 공간은 세트와 CG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충북 충주의 폐건물에서 촬영된 장면을 기반으로 한다. 이번 글에서는 이 로케이션의 매력을 탐구하고, 직접 방문한 경험을 통해 드라마 속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폐건물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다 : 그린홈 세트의 배경


[스위트홈]에서 중심 무대가 되는 그린홈 아파트는 일반적인 아파트 단지가 아니다. 충북 충주시 대소원면에 위치한 폐산업단지 건물을 기반으로 외관을 활용했고, 실내는 별도로 세트장에서 촬영되었다. 과거 산업용으로 사용되었지만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외벽은 벗겨지고 구조물만 남은 그 건물은, 폐허 특유의 쓸쓸함과 위태로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건물의 특징은 높이 솟은 철제 구조, 드문드문 남은 유리창, 미로처럼 얽힌 계단과 복도, 바람에 삐걱이는 창틀 등이었다. 제작진은 이 폐건물에 적절한 조명을 설치하고, CG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단지 무섭기만 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들이 느끼는 고립감과 공포, 생존 본능을 공간 자체가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드라마 속에서 괴물이 출몰하고 생존자들이 도망치는 장면들은 이 실제 건물의 외관 덕분에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충주 폐건물 현장 방문기 : 현실 속의 ‘그린홈’을 걷다


드라마를 본 후, 화면 너머의 그린홈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소식을 듣고 충주를 직접 찾았다. 대소원면의 한적한 지역에 위치한 이 폐건물 단지는 지도에 뚜렷한 이름이 없는 비공식 로케이션이었기에, 다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했다. 입구는 폐쇄되어 있거나 철조망이 설치된 구역도 있었지만, 외부에서 관찰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도 드라마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외벽은 붉은 벽돌과 회색 콘크리트가 섞여 있었고, 곳곳에 흉물처럼 돌출된 철골 구조가 남아 있었다. 복도는 어두웠고, 건물 틈새로 들어오는 빛은 극 중 분위기 그대로였다. 세트장이 아닌 실제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압도적인 몰입감을 느꼈다. 괴물이 나오지 않아도 이미 공간 자체가 ‘스릴러’였고, 등장인물들의 불안과 고독이 자연스럽게 연상되었다. 흥미로운 건, 이 장소가 단순히 공포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 아름답다는 감정까지 들게 한다는 점이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 인간이 떠난 자리에 남은 구조물,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피어난 스토리가 그렇다. 다만 방문 시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일부 건물은 붕괴 위험이 있고, 사유지일 가능성도 있어 무단 출입은 금물이다. 외부에서 조용히 관찰하는 수준에서 탐방을 마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폐허의 감정을 담아낸 로케이션의 힘


[스위트홈]의 공간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이야기의 본질을 설명한다. 사람들의 욕망이 괴물로 변하고, 그 욕망 속에서 인간성과 생존의 경계가 무너지는 설정은 폐허라는 공간과 맞닿아 있다. 충주의 폐건물은 이런 상징성을 가장 잘 시각화한 공간이다. 세련되고 깔끔한 아파트였다면 이런 감정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폐건물의 균열, 녹슨 철제 계단, 닫히지 않는 문, 가끔씩 들려오는 바람 소리 같은 것들이 극 중 캐릭터들의 심리적 불안을 구체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주인공 현수가 혼자 방 안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장면은, 이 폐허가 고립과 절망을 상징하는 하나의 무대임을 잘 보여준다. 드라마의 음악이나 특수효과, 배우들의 연기 모두 훌륭했지만, 그런 요소들을 지탱해준 것은 결국 현실감 넘치는 로케이션의 힘이었다. 버려진 공간이 서사의 중심이 되고, 시청자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장소로 변모한 것이다. 충주의 이 장소는 지금도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충주의 폐건물은 [스위트홈]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 그저 버려진 공간이었던 곳이 생존의 서사와 고립의 감정을 담은 드라마의 배경이 되면서, 이제는 팬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장소가 되었다. 실제 방문해본 결과, 화면에서 느끼던 감정이 공간을 통해 훨씬 더 생생하게 전달되었고, 단순한 팬심 이상의 몰입을 경험할 수 있었다. 드라마의 성공에는 훌륭한 연출과 연기, CG뿐 아니라, 이처럼 잘 선택된 공간이 있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새삼 실감했다. 앞으로도 이런 공간이 살아 숨 쉬는 K-콘텐츠가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충주 폐건물처럼 드라마와 현실을 잇는 장소들을 계속 탐방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