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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병원 공간과 그들의 일상

by 킥마 2025. 4. 26.

의학 드라마는 언제나 강한 드라마 장르 중 하나였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보여준 병원의 풍경은 기존의 긴박하고 극적인 서사 위주가 아니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병원 공간과 그들의 일상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병원 공간과 그들의 일상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병원 공간과 그들의 일상

 

이 드라마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배경으로 다섯 명의 의사 친구들의 일상과 삶, 그리고 병원 안팎의 인간 관계를 따뜻하게 풀어낸다. 시청자들은 병원이라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마주하게 되었고, 실제 촬영지로 사용된 건물과 세트장, 외부 공간은 극 중 인물들의 감정을 더욱 진정성 있게 만들어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병원은 단순한 의료 행위의 공간을 넘어, 삶과 죽음이 교차하고 관계와 성장, 치유가 이루어지는 입체적인 무대로 활용되었다. 이 글에서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주요 병원 공간을 중심으로, 그 공간이 어떻게 인물들의 서사와 감정선에 기여했는지, 그리고 그 공간들이 현실의 장소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실제 병원과 세트의 경계 : 촬영지의 이중구조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병원은 극 중 ‘율제병원’이라는 가상의 대학병원이다. 하지만 이 공간은 완전히 허구가 아니다. 실제 드라마의 많은 장면은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 내에서 촬영되었다. 이곳은 기존에 병원이나 의료기관이 아니지만, 외형적으로 현대적인 의료시설의 분위기를 띠고 있어 드라마의 배경으로 적합했다. 내부 장면 중 수술실, 진료실, 병실, 응급실 등은 대부분 별도로 제작된 세트장에서 촬영되었으며, 이는 파주에 위치한 CJ ENM의 드라마 제작 세트에서 진행되었다. 세트 제작 당시 제작진은 실제 의료진의 자문을 받아, 각 부서의 동선과 기구 배치, 조명 색감 등을 현실에 가깝게 구현했다. 특히 수술 장면은 조명, 음향, 의상, 기구의 사용 방식까지 의료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디테일을 극대화했고, 병동의 생활감 있는 소품과 벽지, 커튼, 간호 스테이션의 구조까지 실제 병원과 유사하게 구성되었다. 시청자는 그 공간을 보며 현실과 드라마의 경계를 느끼지 못할 정도의 자연스러움을 경험하게 되고, 이로 인해 극 중 인물들의 감정이 훨씬 더 진정성 있게 전달된다.

 

병원이라는 공간에 담긴 관계와 감정


병원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단순한 무대가 아니다. 이곳은 다섯 명의 친구들이 함께 일하고, 웃고, 때로는 울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중심이다. 특히 병원 내의 특정 공간들은 인물들 간의 관계 변화를 상징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예를 들어, 응급실은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이들과 환자 사이의 신뢰가 형성되는 공간이고, 회진을 도는 병동 복도는 진료 이상의 관계가 형성되는 삶의 터전이며, 병원 내 식당과 옥상은 바쁜 일상 속 짧은 숨을 돌리는 장소이자 진심이 오가는 공간이다. 병원 내부의 동선은 단순히 업무 공간의 흐름이 아니라 감정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각 캐릭터들이 자주 머무는 장소는 그 인물의 성격을 반영하며, 시청자들은 공간과 인물을 함께 기억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안정원이 자주 머무는 소아과 병동은 따뜻함과 배려의 상징으로 기억되며, 채송화의 진료실은 전문성과 인간미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이처럼 병원은 인물과 감정, 이야기의 밀도가 가장 진하게 스며 있는 장소이며, 각 공간은 단지 의학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물들의 감정이 켜켜이 쌓이는 기억의 무대가 된다.

 

공간을 통해 전하는 일상의 위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다른 의학 드라마와 구분되는 가장 큰 지점은 바로 ‘일상’의 감정을 세심하게 포착하는 방식이다. 극적인 수술 장면보다 퇴근 후 피곤한 의사들의 모습, 입원 환자 가족과의 짧은 대화, 병실에서의 일상적인 진료가 더 자주 등장하며, 이는 병원이라는 공간을 무겁지 않게 만든다. 그 안에선 생사의 문제도 물론 있지만, 오히려 그 사이를 채우는 사소하고 정겨운 풍경들이 시청자에게 더 큰 위로를 건넨다. 병원 식당에서 나누는 짧은 대화, 복도에서 마주치는 간호사와의 인사, 당직실에서 잠깐 쉬는 장면 등은 ‘의사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공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그리고 이 모든 장면은 병원이라는 공간이 가진 이중적인 의미—차가운 의료 공간이자 따뜻한 공동체 공간—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많은 팬들이 실제 촬영지였던 삼성화재 캠퍼스나 세트장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단순한 팬심이 아니라, 그 공간에 담겨 있던 감정과 공감을 되짚고 싶은 마음에서일 것이다. 병원이라는 공간이 단지 배경이 아닌, 함께 감정을 쌓아온 ‘또 하나의 캐릭터’로 기억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