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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 좀비 아포칼립스의 진짜 공간들

by 킥마 2025. 5. 4.

재난이 덮친 학교, 무너지는 일상, 그리고 생존을 위한 필사의 사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좀비 아포칼립스를 고등학교라는 제한된 공간에 밀도 있게 구현하며 화제를 모았다. 오늘은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속 좀비 아포칼립스의 진짜 공간들에 대한 내용이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 좀비 아포칼립스의 진짜 공간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 좀비 아포칼립스의 진짜 공간들

 

특히 이 드라마는 세트와 실제 촬영지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실적인 공간 연출로 높은 몰입감을 끌어냈다. 단순히 공포감 조성을 위한 배경이 아니라, 한국의 일상적 공간을 재해석해 장르적 긴장감을 극대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 글에서는 ‘지금 우리 학교는’의 주요 로케이션을 실제 공간 기준으로 분석하고, 어떻게 그 장소들이 현실성과 공포 사이의 균형을 유지했는지 살펴본다. 동시에 좀비물이라는 장르가 한국 사회의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비틀었는지도 함께 들여다볼 것이다.

 

실제 학교인가, 세트장인가 : 하이브리드 공간의 완성도


‘지금 우리 학교는’의 중심 무대는 효산고등학교라는 가상의 공간이다. 이곳은 이야기의 대부분이 전개되는 핵심 장소이며, 학교라는 공간이 갖는 제한성과 구조적 특징이 드라마의 장르적 긴장감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효산고등학교는 존재하지 않는 학교로, 경기도 안성시에 세워진 대형 세트장에서 상당 부분 촬영되었다. 이 세트장은 넷플릭스가 총 제작비 2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완성한 장소로, 3층짜리 건물과 운동장, 교실, 복도, 급식실, 옥상까지 실제 고등학교에 준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촬영 당시 4개월 이상을 세트장에서 소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배우들 역시 일반 교실이나 복도를 걷는 느낌 그대로 연기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이 세트장만으로 드라마의 현실성을 구현하기는 어려웠다. 드라마는 극 중에서 종종 외부 공간이나 학교 밖 배경을 현실 속 로케이션과 절묘하게 결합해 보여준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탈출을 시도하며 뛰어가는 시내 풍경, 경찰서나 보건소 같은 공공시설은 경기도 파주와 남양주 일대에서 실제 촬영되었으며, 일부 장면은 충남 천안, 인천 일대에서도 진행되었다. 이처럼 세트와 로케이션이 혼합된 구성은 공간의 리얼리티를 살리면서도 통제된 세트 촬영이 가진 장르적 연출을 가능케 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좀비들이 복도를 가득 메우고 질주하는 장면은 세트가 아니면 불가능한 규모였고, 동시에 외부 로케이션의 개입은 인물들의 고립감과 외부와의 단절감을 강조하는 장치로 사용되었다.

 

도시 외곽과 낡은 공공시설의 활용 : 좀비물의 한국화


‘지금 우리 학교는’이 흥미로운 지점은, 우리가 익숙히 아는 공간이 전혀 다른 의미로 전환되는 지점에 있다. 드라마 속 경찰서, 보건소, 아파트 단지, 임시 격리시설 같은 공간은 실제로도 존재하는 공공장소이며, 이를 배경으로 하는 공포 연출은 한국식 좀비물이 가진 특유의 현실감을 증폭시킨다. 특히 남양주에서 촬영된 공공청사 건물은 평소엔 평범한 민원창구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바이러스 확산과 국가 기능의 붕괴를 상징하는 무대로 활용되었다. 낡은 회의실, 형광등이 어두운 복도, 그리고 벽에 붙은 오래된 안내문자들은 현실감을 기반으로 하되, 약간의 연출로 극한의 긴장감을 형성하는 요소가 된다. 또한 경기도 외곽에 위치한 폐교 부지나 유휴 공공시설은 드라마에서 생존자들이 잠시 머무르거나 좀비 떼와 조우하는 장소로 자주 등장한다. 이들 장소는 일반적인 도시 공간보다 한층 더 불안정하고 비정형적인 느낌을 주며, 피난처이면서도 불안을 야기하는 이중적 의미를 부여한다. 특히 드라마 속에서 반복되는 좁고 어두운 복도, 오래된 계단 구조물, 노후한 방송 시스템은 흔한 한국의 공공시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이는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비현실적인 상황에 현실의 표면을 덧씌움으로써, 더욱 섬뜩하고 실감 나는 위기를 창출한다. 주목할 점은 이 공간들이 단순히 무대 장치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각 인물의 감정과 행위를 드러내는 구조적 장치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복도에서의 도망, 창문을 통한 탈출, 급식실의 협소한 전투 등은 공간의 물리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서사 구조다.

 

좀비 장르와 한국적 일상 공간의 재해석


‘지금 우리 학교는’은 단순한 좀비물이 아니다. 이 드라마가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은 이유는, 장르적 클리셰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그것을 한국적 맥락 안에서 새롭게 배치했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라는 공간을 생존극의 무대로 삼았다는 점은, 청소년 드라마와 아포칼립스 장르가 교차하는 접점을 만든다. 한국의 고등학교는 단지 학업의 공간이 아니라, 서열과 억압, 경쟁과 외로움이 복합적으로 얽힌 장소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좀비의 등장은 외부 위협일 뿐 아니라, 내부의 균열이 드러나는 계기가 된다. 이 드라마는 실제 존재하는 학교의 구조를 거의 그대로 옮긴 세트를 기반으로, 학생 개개인의 위치와 역할, 그리고 단절된 세상 속에서의 선택을 드러낸다.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카메라 앵글과 조명, 색보정을 통한 공간 연출이다. 좁은 복도나 계단을 따라가는 롱테이크 촬영은 그 공간이 얼마나 폐쇄적인지를 강조하고, 청색톤의 색보정은 현실과 이질적인 분위기를 부여한다. 이 모든 연출은 세트와 실제 공간의 구분이 모호해질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시청자로 하여금 이 공간이 정말로 존재할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결국 이 드라마는 “학교”라는 일상 공간을 “고립된 생존 공간”으로 전환함으로써, 우리가 익숙히 지나치는 장소들이 얼마나 위태로운 무대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이는 한국 사회의 공간이 가진 밀집도와 구조적 제약, 비상 상황에 대한 낮은 대응력 등의 문제점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마치 복도 끝에서 좀비가 달려오듯, 언제든 일상은 위기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경고가 이 드라마에는 깔려 있다. 그 위기를 상징하는 공간들—학교, 병원, 거리, 청사, 심지어 옥상—은 모두 우리 곁에 존재하는 곳들이며, ‘지금 우리 학교는’은 바로 그 익숙한 장소들을 통해 장르적 공포와 사회적 성찰을 동시에 끌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