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 : 미스터리 스릴러와 종교적 장소성의 조우

by 킥마 2025. 5. 4.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은 종교, 권력, 음모가 교차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2018년 방영 당시 신선한 세계관과 빠른 전개,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로 주목받았다. 오늘은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 속 미스터리 스릴러와 종교적 장소성의 조우에 대해서 이야기할 예정이다.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 : 미스터리 스릴러와 종교적 장소성의 조우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 : 미스터리 스릴러와 종교적 장소성의 조우

 

하지만 이 드라마가 전달한 몰입감의 상당 부분은 ‘장소’의 힘에 기대고 있었다. 특히 비밀 종교집단 ‘천국의 문’을 둘러싼 공간 연출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공포와 불신, 이단 종교의 폐쇄성을 시각화한 상징적 무대로 작동했다. 드라마의 미스터리와 음모는 결국 우리가 익숙하게 보던 일상의 공간들 속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더 무섭고 리얼하게 다가왔다. 서울 외곽, 지방의 폐교, 숲길, 폐쇄된 교회 건물 등은 어떤 시각적 장치를 통해 이러한 긴장감을 형성했을까? ‘작은 신의 아이들’이 보여준 공간의 종교성과 그 연출 전략을 분석해본다.

 

종교적 신비주의와 맞닿은 공간의 연출


‘작은 신의 아이들’은 극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테마로 ‘종교적 맹신’과 ‘초자연적 신호’를 제시한다. 여기에 걸맞은 공간 연출이 초반부터 두드러지는데, 특히 의문의 종교 집단 ‘천국의 문’이 기반을 둔 본거지의 배경은 충북 제천과 강원도 평창 일대에서 촬영되었다. 외부와 단절된 산골 마을 속 오래된 건물, 성소처럼 꾸며진 예배 공간, 하얀 천과 십자가 조형물이 가득한 실내 세트 등은 인물의 대사 없이도 보는 이로 하여금 이단 종교의 기이한 분위기를 직관적으로 인지하게 만든다. 흰색 계열의 조명,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 과도하게 정돈된 내부 인테리어는 마치 성스러운 공간처럼 보이면서도 이질적 불안을 느끼게 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특히 카메라는 자주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인물을 먼 거리에서 고립시켜 찍는 방식으로 공간의 냉담함과 통제된 분위기를 강조했다. 이와 함께 종교 의식을 거행하는 장면에선 웅장한 파이프오르간 사운드와 함께, 실제 존재하는 폐교나 수련원 건물을 활용하여 현실감과 괴리감을 동시에 주는 연출을 시도했다. 이는 단순한 신비주의 연출을 넘어, 우리가 익히 아는 종교적 공간이 어떻게 왜곡되고, 통제와 지배의 장치로 바뀌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폐허와 고요 : 진실을 은폐하는 ‘현실 공간’의 설계


극 중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주인공들이 자주 찾는 공간들은 주로 서울 외곽이나 지방 소도시의 폐쇄된 공공시설들이다. 대표적인 촬영지 중 하나는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폐교 건물인데, 이곳은 실제로 1990년대 후반에 문을 닫은 초등학교를 개조한 것으로, 드라마에서는 어린 시절 ‘천국의 문’ 신도들이 모여 교육을 받던 장소로 등장한다. 이 공간은 시간의 흐름이 정지된 듯한 느낌을 주며, 낡은 칠판과 철제 책걸상, 부서진 창틀 같은 요소들이 과거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 긴장감을 유도한다. 또한 조사 과정에서 등장하는 정신병원, 구도심의 교회, 낡은 빌라촌 등은 모두 실제 지역에서 최소한의 세트 보강만을 통해 촬영되었으며, 이는 극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시청자에게 익숙하면서도 섬뜩한 공간 경험을 선사한다. 이러한 선택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장소’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라는 감각을 강화시킨다. 이처럼 드라마는 일상적이지만 어딘가 기이한 분위기를 지닌 공간을 의도적으로 선택함으로써,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경계를 명확히 제시한다. 예를 들어, 소규모 아파트 단지의 지하주차장이나 외진 산속 예배당은 극단적인 고요 속에서 음모가 전개되는 대표적인 장소로 활용되며, 이러한 폐쇄적 공간은 드라마의 주제인 '숨겨진 진실'과 직접 맞닿아 있다.

 

미스터리 장르와 공간의 관계, ‘장소가 스토리다’


‘작은 신의 아이들’이 보여준 미스터리 연출의 진가는 결국 ‘장소가 곧 스토리’가 되는 방식에 있다. 대부분의 장면들이 거대한 세트보다는 실존하는 장소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은 극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실제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이 드라마가 다큐멘터리적 리얼리즘과 오컬트적 상상력이 충돌하는 공간 연출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극 중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의식의 장소, 비밀 회의가 벌어지는 방, 하얀 천막 아래 인물들이 침묵하는 장면 등은 공간 자체가 하나의 상징처럼 기능하며, 대사보다 더 많은 정보를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어디서 찍었는가’를 넘어서 ‘왜 이 장소여야만 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실제 제작진은 장소를 선택할 때 건축적 구조나 채광, 주변 소음까지 철저히 고려해 극의 분위기에 맞는 ‘현실적인 환상’을 구현하려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한국형 미스터리 장르에서 공간이 단순한 배경이 아닌, 사건의 복선과 상징을 담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나아가 ‘작은 신의 아이들’은 한국 드라마가 종교적 소재를 어떻게 시각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드문 작품으로, 신비롭고도 섬뜩한 장소 연출을 통해 극의 내러티브를 완성도 있게 이끌어낸다. 이처럼 잘 설계된 공간은 단지 ‘어디서 찍었다’는 정보 이상으로, 시청자의 감정과 해석을 이끄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