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나는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던 우리들의 블루스. 오늘은 우리들의 블루스를 촬영했던 제주도에 대해서 이야기할 예정이다.
이 드라마가 특별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제주도’라는 공간의 힘이다.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따스한 바다, 바람, 장터, 오름, 그리고 마을 골목골목까지. 제주는 드라마의 모든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이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실제로 드라마에 등장한 제주 오일장, 차귀도 절벽, 새별오름 등을 중심으로 하루 코스를 계획해봤다. 그곳에서 마주친 풍경은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잔잔했고,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사람 사는 소리 가득한 곳 – 제주 오일장
드라마에서 정은희(이정은 분)가 생선을 팔던 장터, 그리고 각 인물들이 엇갈리고 부딪히던 장소가 바로 제주 오일장이다. 매월 2, 7, 12, 17, 22, 27일에만 열리는 이 장은, 지금도 활기찬 제주 현지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오일장은 ‘관광지’라기보다는 제주의 일상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는 ‘생활의 무대’에 가깝다. 드라마 속 은희가 “생선은 신선해야지~” 하며 익숙하게 외쳤던 그 생선가게, 그 옆 반찬가게와 건어물 좌판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장터는 11시쯤 되면 가장 활기를 띠는데, 도민뿐 아니라 드라마 팬들도 가볍게 카메라를 들고 한 바퀴 돈다. 특히 드라마 팬이라면 은희네 좌판 자리에 앉아보고 싶을 것이다. 물론 직접 물건을 사서 맛보는 것도 여행의 진짜 묘미다. 막 삶아낸 옥수수나 자리돔회, 제주 감귤청도 강력 추천!
📍 위치: 제주시 중앙로 22길, 제주 오일장시장
📅 운영: 5일마다, 오전 9시~오후 4시쯤까지
📸 촬영 팁: 드라마에 등장했던 붉은 천막 좌판들을 배경으로
차귀도 해안 절벽 – 바람과 파도가 들려준 이야기
‘우리들의 블루스’에는 해안가 장면이 유독 많이 나온다. 특히 이병헌이 연기한 이동석과 한지민의 민선아 에피소드에서는 차귀도 인근 절벽과 해안 도로가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차귀도는 제주 서쪽 끝, 한림읍에 위치한 무인도로, 배를 타지 않더라도 근처 해안도로에서 그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드라마에 등장한 장소는 바로 당산봉 산책로 인근이다. 바닷가를 따라 형성된 검은 현무암 절벽,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그리고 바다 저 멀리 떠 있는 차귀도. 이 모든 요소들이 인물들의 감정선과 맞물려, 서사의 무게감을 더했다.
실제로 이곳을 찾으면 바람이 유독 거세다. 하지만 그 거친 바람이 마치 드라마 속 인물들의 상처를 감싸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파도 소리, 바람 소리, 억새풀 스치는 소리까지. 이곳은 제주 자연의 모든 감각이 살아 숨 쉬는 장소다.
📍 위치: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당산봉 산책로
🌬️ 추천 시간대: 해질 무렵 – 빛과 바람이 만드는 감성이 가장 아름다움
📝 여행 팁: 근처 협재해수욕장과 연계하면 드라마 감성+힐링까지 가능
새별오름 –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드라마의 엔딩 장면, 혹은 주요 전환점에서 자주 등장했던 ‘오름(제주 방언으로 작은 화산체)’은 인물들이 혼자 자신을 마주보는 장소로 활용되었다. 특히 새별오름은 뚜렷한 등장 인물이 없는 신에서조차 배경으로 자주 등장했다.
제주의 수많은 오름 중에서도 새별오름은 비교적 완만한 경사와 넓은 초지가 특징이며, 360도 파노라마 뷰가 가능하다. 드라마에서는 은희와 동석이 말을 나누며 걷거나, 홀로 올라 사색에 잠긴 장면 등에서 이 오름이 자주 등장한다.
실제 방문해보면 바람이 머무는 듯한 조용한 기운과 더불어, 땅과 하늘이 맞닿는 그 느낌이 인상적이다. 특히 초봄에는 유채꽃과 억새가 함께 어우러져 ‘우리들의 블루스’ 감성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 위치: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1161-1
🚶 등반 소요 시간: 약 20~30분, 경사 완만
📷 인생샷 포인트: 정상에서 보이는 제주의 바다와 초원
💙 하루를 걷고 나면, 마음 한켠이 따뜻해진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제주를 그저 아름다운 관광지로 소비하지 않았다. 사람 냄새 나는 공간, 기억이 쌓여 있는 장소, 아픔과 치유가 공존하는 풍경으로서 제주를 그려냈다.
제주 오일장에서 사람들의 삶을 느끼고, 차귀도 절벽에서 감정을 바람에 흘려보내고, 새별오름에서 스스로와 조용히 마주한 하루. 그렇게 천천히 걸으며 떠오른 생각은 하나였다.
“이 드라마는 제주가 아니었다면 완성될 수 없었겠구나.”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언젠가 이 코스를 따라 걸으며, 자신만의 ‘블루스’를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 하루 추천 코스 요약:
오전: 제주 오일장
오후: 차귀도 절벽 & 해안도로
저녁: 새별오름 일몰 등반